창의적인 해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해결책이란 이 세상에 별로 필요하지 않다.

(창의적인 해결 좋아하네- 언제 어디서 창의성 테스트해도, 누구랑 기획안이나 조정안을 겨뤄도 패배해 본 적이 없는 자가 하는 말이다. 미성년자 시절에는 내가 가진 게 엄청 뛰어난 자질인 줄 알았다. 창의성 그 자체는 산꼭대기처럼 훌륭한 자질이지만 문제의 해결책을 구하는 면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이 세상 문제의 대부분에 관한 해결책은 이미 다 나와 있으며, 심지어 대부분 안전하게 역사상 검증된 해결책들이므로 이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문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문제를 아예 "제대로" 보려고(공부할 생각이 없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결책만을 구하지. 

난 몰라요. 구해줘요. 나 대신 움직여줘요. 

라는 애걸복걸은 복불복으로 통하기도 하고 묵살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이용당하기 위한 부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똑똑함 집중력, 그리고 결정적으로 격렬한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두번째 장벽이 있는데, 바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솔직함이라는 어마어마한 미덕과 소질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의 노골적인 솔직함은 대체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문제에서만 제대로 작동하고, 

이 세상 문제의 절반 이상은 그냥 놔두는 게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괴로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똑똑한 지배자들은 문제를 그냥 방치해 두는 게 더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없거나, 능력을 가지고 쳐다보는 동시에 괴로워하면서 남에게도 그렇게 쳐다봐달라고 요구할 자신이 없는 대다수는 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 이치에서 벗어나는 예외는 딱 두가지인데 하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자질-나의 무능함-을 보완해주는 친구이고 

나머지는 변호사다.

(이 세상에서 삶을 능동적으로 즐기는 대부분은 둘을 따로따로 혹은 겹쳐서 다 가지고 있다)

 

변호사는 똑똑함과 집중력, 그리고 솔직함의 문제까지는-솔직함을 받아들일 자세가 된 사람들에 한하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가 안 된 사람들의 문제해결을 하면, 문제를 해결해주고 칼맞는 확률이 거의 100%이다- 해결해 줄 수 있다.


이걸 해결해 주지 못하는 변호사는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단 문제발생 이유가 꼭 제한되어 있지는 않다.

- 똑똑함은 적어도 경력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기본으로 통하는 자질이고

- 집중력은 이를 대체하는 의뢰인의 다른 종류의 노력에 의해서 부스트되는 자질이며

- 솔직함은 많은 경험에 의하여 갈고 닦아지긴 하지만, 선천적으로 좋은 거울을 타고 나야 하는 자질이다.

(변호사의 농담과 이야기는 때로 일반인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구석이 있으며, 타고난 변호사라면 노골적이고 비정하지만 현명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회피하지 않고 칼이 누구한테 겨눠져 있든지 함께 즐기는 한편, 피냄새가 난무하는 노골적인 이야기 뒤에서 최대한 비릿하지 않은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 뇌사이즈를 한탄하며 소처럼 열심히 일하다가 가끔 울화를 토하기도 한다-슬퍼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 우는 일이 발생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변호사가 의뢰인 본인의 의지박약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뛰어들어가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한테 같이 끌려들어가 빠질 확률이 70%이상 되고, 30%의 확률을 극복해서 끌어올려도 보따리 내놓으라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다시 70%쯤 되므로, 결국 본전치기 확률이 열 중 하나인 걸 빤히 보면서도, 단지 직업적 오지랖-혹자는 정의에 대한 갈망이라고 칭한다-이나 선민의식 때문에 벌어지는 자살행위에 가깝다. 변호사가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건, 이 세상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이런 물에 뛰어드는 일을 종종 많이 해야 하는데 여유없는 변호사는 이런 일을 하기가 어렵고, 하더라도 잘 할 수 없기 때문이다(우리들은 동화책에 나오는 것과 같은 판타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잘할 수 없다면 의뢰인과 변호사 본인 둘다를 위하여 안 하는 게 낫다.


이 이야기의 모순된 결론은 뭔지 아는가?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소위 다 가진 사람들일수록 더 많은 변호사와 더 가깝게 지낸다는 것이다.

더 심하게 이야기 하면 변호사는 사람의 형태를 띈 내 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나와 분리된 상태로 보완해주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결합하여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의외로 변호사들은 변호사들보다 더 뛰어난 문제해결의 능력자들을 의뢰인으로 만나게 될 기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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